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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칼럼 | 2016년 09호
암과 인간존엄
기자 | 2016-10-11

본문

사람의 수명이 겁이 날정도로 길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남자 평균수명은 79세, 여자는 85세다. 7년 지날때마다 평균수명이 1세씩 늘어나는 추세다. 90세 이상 인구가 벌써 15만7000명을 넘어섰고 100세이상 사는 어르신도 3000 명이 넘는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요란한 회갑잔치를 자주 봤지만 지금은 칠순, 팔순도 조용히 넘어간다.


인간의 수명은 얼마나 더 길어질까.
올해 세계 출판시장의 베스트셀러인 ‘호모사피엔스’(유발 하라리교수 저서)에서는 2050년에 죽음을 극복하는 인류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이나 테러, 사고에 의한 사망은 어쩔수 없지만 질병에 의한 죽음은 의학기술 발달로 극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명적인 죽음을 부르는 암이나 질병의 DNA를 건강한 새로운 세포로 교체하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유전자 가위,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놀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이를 빠른 속도로 사업화시키고 있다. 스스로 학습기능을 가진 알파고로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은 ‘캘리코’라는 회사를 세워 인간이 죽지 않는 프로젝 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당시 죽음의 문제를 극복하려했던 영웅, 길가메시의 염원이 22세 기 들어서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류생명의 연장되서 2100년을 넘어 서면서 마침내 죽음을 극복한 새 인류가 탄생하고, 유한한 목숨을 가진 호모사피엔스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라리 교수는 새 인류는 죽음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종교를 외면하고 스스로 신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인간이 오래살면 좋을까. 능력이 되는 당사자야 좋겠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노출시킬 것이 다. 병의 인자를 가진 DNA를 바꿔주는 유전자가위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못 받는 사람간에 엄청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빈부격차가 ‘목숨격차’로 이어지면서 갈등정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그 뿐인가. 초고령 인구들이 오래 살면서 부양문제, 주택문제 등 온갖 문제들을 일으킬 수있다. 지구가 오염되고 황폐화될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 라’처럼 정말로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서지 않으면 온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


늙으면 병이 들고 그래서 죽게되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존중해야 인류생존과 지구를 보존하는데 지장이 없을듯 하다. 따라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의 문제보다 죽을 때까지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암을 다시 생각해본다. 인류에겐 생명의 고귀함을 깨닫게 하고, 절대자 앞에서 겸손하게 해준다. 지구를 보호해주는 순기능도 있는 것 같다.


요즘 3명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앞으로 의학기술이 계속 발전해도 어느 시점까지는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질병일 것이다. 암세포를 기반으로 한 다른 치명적인 돌연변이 병종도 나올 수 있다.
암이 인류에게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게 하는 ‘준엄함’을 갖고 있지만 암환자와 가족들에겐 큰 고통이자 슬픔이다. 필자 또한 암 때문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다. 치료할수 있는 현대의술을 다 활용해봤고, 좋다는 약초나 민간요 법도 다 활용해봤지만 허사였다.
암 환자와 가족에겐 여전히 암은 공포 그 자체다. 환자 본인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가족에게도 심적으로,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 암의 단계가 깊어지면 정상적인 삶을 더 이상 영위하기 어렵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많은 의료비지원을 해야 한다.


암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고 자존감 갖고 살다가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미리 계획해두자. 암의 단계가 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독한 화학요법이나 각종 무리한 치료로 고통받기보다 덜 고통스럽고 품위있는 삶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다짐을 해두는 것은 어떨까.


가족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떠날 때 좋은 말을 해주고 떠나자. 애틋함을 남겨주고 떠난 이의 마지막 남긴 말이나 태도는 가족들 마음속에 영원히 아름답게 자리잡을 것이다.
우리 사회도 말기암 환자들에게 과도한 투약이나 시술을 하지 말고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시점이 됐다.
이런 관점에서 어렵사리 국회의결을 거친 웰다잉법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호스피스 시설들을 늘리고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치료와 위로계획들을 만들자는 데 국민들의 공감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할 예산이 아직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웰다잉 관련시설 확보와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즐겁게 살았으니 죽을 때도 위로받으며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자. 이런 게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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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 국차장 겸 레이더총괄 서양원>

- 대한암협회 이사

 

대한암매거진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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